목양칼럼
[목양칼럼]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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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이 오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시가 있습니다. 바로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입니다. 시인은 낙엽이 지는 계절, 인생의 덧없음을 마주하며 겸허히 절대자를 향해 기도합니다. 그 기도는 단순한 형식의 기도가 아니라, 사랑을 선택하고, 내면을 깊이 성찰하며, 홀로 서는 영혼의 길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낙엽이 지듯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은 단순히 계절의 전환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영원을 바라보게 하는 특별한 때입니다.
하지만 남가주에서는 여전히 녹음이 짙고, 선선한 바람보다는 뜨거운 햇살이 강해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낙엽이 발길에 쌓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주는 고요한 성찰의 시간이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연의 계절이 아니라 마음의 계절입니다. 겉으로는 여전히 여름 같아도, 우리 마음속에 가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바쁘게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고, 하루를 채우는 분주한 일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해질 무렵, 커피 한 잔 혹은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공원 벤치에 앉거나 바닷가에 서서 고요히 숨을 고를 때, 우리 마음에도 가을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김현승 시인의 기도처럼, 겸허하게 기도하고,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지키며, 홀로 설 줄 아는 영혼의 성숙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남가주에서 비록 가을의 정취를 크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충분히 가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의 가을 속에서 드려지는 기도는 더욱 깊어지고, 성찰은 더욱 영글어 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이 계절, 자연의 가을보다 더 귀한 마음의 가을을 맞이하여, 하나님 앞에서 겸허히 기도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25년 9월 21일 박일룡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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